[정의]

1597년 유몽인이 포천에서 지은 두 수의 칠언 율시의 한시.

[개설]

「포천(抱川)」은 1597년(선조 30)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함경도 순무어사(巡撫御使)로 부임하면서 포천을 지나는 중에 지은 것으로 판단되는 두 수의 한시이다.

유몽인의 자(字)는 응문(應文), 호(號)는 어우당, 간재(艮齋), 묵호자(默好子) 등으로 사용했다. 본관은 흥양(興陽), 시호는 의정(義貞)이다. 성혼(成渾)[1535~1598]의 문인이고, 이항복(李恒福)[1556~1618], 이정구(李廷龜)[1564~1635] 등과 교유했다. 유몽인은 1582년(선조 15) 사마시에 합격하고, 1589년(선조 22) 증광시 문과에 1등으로 합격했다. 임진왜란에 공이 있고, 1605년(선조 38) 대사성을 거쳐 예조 참의가 되었다. 이후 대사간, 도승지를 거쳐 1620년(광해군 12) 서호에 우거하며 송천을 왕래하면서 『어우야담(於于野談)』을 지었다. 1623년(인조 1) 광해군 복위 계획에 가담했다는 무고로 체포되어 8월 5일에 사형을 당했다. 1794년(정조 18) 8월, 신원되어 이조 판서에 증직되고 시호를 받았다.

「포천」은 유몽인의 문집인 『어우집(於于集)』 권(卷) 1의 「북수록(北繡錄)」에 수록되어 있다. 『어우집』은 원집[전집] 6권, 후집 6권으로 되어 있고, 부록이 후집에 첨부되어 있다.

[내용]

염염치경권장정(炎炎熾景倦長程)[들끓는 폭염 속 오랜 여정에 지쳐 가는데]

석죽여연안홀명(石竹如燃眼忽明)[패랭이꽃이 불타는 듯 눈에 들어오네.]

경치피인지유자(驚雉避人知有子)[놀란 꿩은 새끼를 어찌할까 사람을 피하고]

명구장수단문성(鳴鳩藏樹但聞聲)[우는 비둘기는 나무에 숨어 소리만 들릴 뿐이네.]

우잔어사유사마(郵殘御史猶賖馬)[역마가 부족하여 어사도 말을 사야 하니]

세란서생혹설병(世亂書生或說兵)[어지러운 세상 속에 선비든 병사든]

신재야수왕사재(身在也須王事在)[몸이 있어야 할 곳은 왕사(王事)가 있는 곳]

기장구명교공명(豈將軀命較功名)[어찌 일신의 목숨을 공명과 견주리오.]

객행당오세정안(客行當午稅征鞍)[나그네는 오후가 되어도 말을 멈추지 않는데]

총관음음오월한(叢灌陰陰五月寒)[무성한 떨기나무에는 5월의 한기가 서렸네.]

시뇌권혼심물색(詩惱倦魂尋物色)[시의 번뇌에 지친 정신은 물색을 찾고]

안견귀사입운단(眼牽歸思入雲端)[눈에 이끌린 생각은 구름 끝에 머무네.]

굉뢰은악승의고(轟雷隱岳僧疑皷)[산속의 요란한 우레는 승려의 법고 소리인 듯]

란박탄림조파환(亂雹彈林鳥怕丸)[우박이 어지러이 튀니 새들은 탄환처럼 두려워하네.]

십재사방참일기(十載四方慚馹騎)[이곳저곳 방랑의 삶 10년, 역마에 오르기도 부끄럽거늘]

금년우작수의관(今年又作繡衣官)[올해도 수의관의 신세를 면치 못했네.]

[특징]

「포천」의 제목에 병기한 정유년은 1597년(선조 30)이다. 이 해 유몽인은 임진왜란의 와중에 함경도 순무어사가 되어 모친을 모시고 고원 금수촌(錦水村)에서 피난하였다. 「포천」은 순무어사로 부임하면서 포천을 지나는 중에 지은 시인데, 전쟁에 역마의 조발도 여의치 않음과 지치고 놀란 심정, 그 와중에도 관직을 맡아 떠나는 감회 등을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포천」은 1613년(광해군 5) 임진왜란 때 세자와 선조를 호종한 공으로 녹훈(錄勳), 영양군(瀛陽君)이 되었으나, 1623년(인조 1) 무고로 사형당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어우당 유몽인의 작품이다. 「포천」에는 전쟁의 상황을 살피며 민심을 달래는 함경도 순무어사의 직책을 맡아 부임해 가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