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무주 구천동에서 촬영한 한지 복원을 소재로 한 영화.

[개설]

「달빛 길어 올리기」[118분]는 2011년에 전주 국제 영화제가 제작·배급하고,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해 반세기 동안 100편의 작품을 선보인 임권택(林權澤) 감독이 만든 101번째 영화이다. 감독 스스로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 감독의 첫 번째 작품으로 불리고 싶다. 지난 백편의 작품에서 도망쳐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언급처럼, 그간 필름 촬영만 고집하다가 처음으로 디지털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임권택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혼을 사람이란 이야기 속에 심어 놓으며, 시간을 관통하는 거장의 시선으로 시대적 공감을 시도하였다.

[공연 상황]

출연 배우로 강수연, 박중훈, 예지원 등이 주연으로 열연하였다. 특히 박중훈은 그간 4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통해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같이 걸어왔지만 임권택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작품을 놓치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강수연은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감독과의 친분 덕분에 영화의 출연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고 한다. 2011년 3월 17일에 전국 128개 스크린에서 개봉하여, 누적 관객수 5만 7261명을 기록하였다. 2012년에 「달빛 길어 올리기」는 제2회 시네마 테크 KOFA가 주목한 한국 영화로 선정되었다.

[내용]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퇴직 전에 5급 사무관이라도 돼 보려고 시청 한지과로 전과하여,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 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韓紙)로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 작업을 수행하면서, 필용은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을 만나게 되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티격태격하지만 전통 한지의 복원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의의와 평가]

「달빛 길어 올리기」는 이규보(李奎報)의 시 「영정중월(詠井中月)」을 통해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을 꿈꾸는 낭만주의적 현실을 노래한다. 또한 영화 전체적으로 이미지를 통해 실제를 잠시 느끼고 소유한다라는 착각을 일깨워 준다. 「영정중월」의 내용은 '산 속에 사는 스님/ 달빛이 너무 탐나/ 물을 길어갔다가/ 달도 함께 담았네', '돌아와서야 응당 깨달았네/ 물을 비우면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이다.

영화는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달빛이 어우러진 광활한 평야, 맑은 물, 수려한 풍광을 빼어난 영상미로 담아 내며, 한지의 제작 과정을 묵묵히 보여 준다. 특히 영화의 백미는 물에 비친 달빛에 취해 발로 종이를 걸러내는 한지 제조 과정을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룬다'는 덕유산 국립 공원 월하탄(月下灘) 계곡에서 재현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그 이외에도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덕유산에 위치한 절인 백련사(白蓮寺)에서 스님이 한지에 글을 쓰는 장면, 그리고 덕유산 국립 공원의 등산로 및 덕유대 야영장 대집회장 등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