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전기 무주 백산 서원 타진사에 배향된 문신.

[개설]

하연(河演)[1376~1453]은 세종(世宗)이 즉위하자 지신사(知申事)가 되어 상왕(上王)이던 태종(太宗)과 세종 사이를 오가며 중개자 역할을 하여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외직과 내직을 번갈아 지내면서 영상(領相)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관직 생활을 하였다. 때로는 대간의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고 유배를 당하기도 하였지만 크게 흠집이 될 만한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개는 이내 관직에 복귀하였다. 외직으로는 강원도와 전라도 및 평안도의 관찰사를 지냈고, 내직으로는 대사헌과 예문관 대제학을 비롯하여 예조와 형조, 이조, 병조의 참판을 지냈으며, 형조와 이조의 판서를 지냈다. 이어서 의정부의 우찬성과 좌찬성을 거쳐 우의정, 좌의정에 이어 1449년(세종 31)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다.

[가계]

본관은 진주(晋州). 자는 연량(演亮), 호는 경재(敬齋). 증조할아버지는 고려 왕조에서 수충 좌리 공신(輸忠佐理功臣)에 임명되었고 중대광 찬성사(重大匡贊成事)를 지낸 하즙(河楫)이며, 할아버지는 1342년(충혜왕 복위3) 문과에 급제하여 뒤에 중대광(重大匡) 진산군(晋山君)에 봉군된 하윤원(河允源)이다. 아버지는 판청주 목사(判淸州牧使)를 지낸 하자종(河自宗)이다. 외할버지는 진현 제학(進賢提學)을 지낸 정우(鄭寓)이며, 장인은 삼사 좌사(三司左使)를 지낸 이존성(李存性)이다. 1411년(태종 11) 식년 문과에 급제하여 대사간(大司諫)을 지낸 하결(河潔)이 동생이다.

[활동 사항]

하연은 1396년(태조 5) 식년 문과(式年文科)에 급제하였다. 직예문춘추관 수찬관(直藝文春秋館修撰官), 집의(執義), 동부대언(同副代言) 등을 역임하면서 태종의 신임을 받았다. 1422년(세종 4) 6월 전라도 관찰사로 장흥부와 옥구현의 성(城)을 수축하였으며, 1438년(세종 20)에는 이조 판서로 의정부 대신들과 함께 공법(貢法)의 논의에 참여하여 경상도와 전라도의 실정을 고려하여 공법의 가부를 민간에 물은 뒤 점진적으로 실시토록 건의하였다. 세종 말년 행수법(行守法)의 제정과 개정에 참여하였다. 영의정으로 있을 때 문종(文宗)이 대자암(大慈庵)을 중수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반대하였으며, 죽을 때에는 유명(遺命)으로 불사(佛事)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학문과 저술]

『필원잡기(筆苑雜記)』에 하윤(河崙)이 하연의 시를 보고 감탄하며 “하 문학(河文學)이 시를 짓고 하 문학이 썼으니, 역시 인간 보물이다.”라고 하였을 만큼 시를 잘 지었으며 읊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의 시는 옛 시의 격조에 가깝고 필법이 굳세어 체를 얻었다는 평이 있었다. 저서에 『경재집(敬齋集)』이 있으며, 편서로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와 『진양 연고(晉陽聯藁)』가 있다.

[묘소]

묘는 경기도 시흥시 소산서원길 20[신천동 산12] 소래산 남향 중턱에 있다. 묘역을 중심으로 앞 중앙에 상석과 향로석이 있으며, 오른쪽에 묘비, 왼쪽에 장명등, 좌우에 문신 석인과 석양 한 쌍이 놓여 있다.

[상훈과 추모]

1453년(단종 1) 8월 문효(文孝)로 시호가 내려졌고, 이후 문종의 묘정(廟庭)에 배향되었다. 숙종(肅宗) 때 진주의 종천 서원(宗川書院), 합천의 신천 서원(新川書院), 경기도 시흥의 소산 서원(蘇山書院), 무주 백산 서원(栢山書院)[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제160호, 2000년 6월 23일 지정]의 타진사(妥眞祠)에 제향되었다. 특히 타진사에는 하연과 그의 부인인 정경부인(貞敬夫人) 성산 이씨(星山李氏)의 영정(影幀)이 함께 봉안되어 있는데, 현재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