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701347 |
---|---|
한자 | 家神信仰 |
영어공식명칭 | Worship of Household Spirit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남도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무안면 고라리|삼랑진읍 율동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현라 |
관련 지역 | 이연마을 - 경상남도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 이연마을 |
---|---|
관련 지역 | 중촌마을 - 경상남도 밀양시 무안면 고라리 중촌마을 |
관련 지역 | 무곡마을 -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율동리 무곡마을 |
[정의]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집 자체나 집 안 곳곳에 깃들어 있는 신들에 대한 신앙.
[개설]
경상남도 밀양 지역의 민간신앙 중 가정에서 전승되는 가신신앙은 집 안에 있는 여러 신을 모시는 신앙이다. 가신신앙의 대상으로는 대표적으로 조상단지, 성주, 조왕, 칠성, 삼신, 터주와 측신이 있다.
[조상단지]
밀양 지역에서 조상단지는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것이며 시준단지라고도 한다. 가정의 평안과 태평, 자녀들의 소원 성취 및 풍요를 관장하는 신격이며 주로 여성신으로 여겨진다. 밀양 지역의 대표적인 조상단지 풍속으로는 상남면 연금리 이연마을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연마을에서는 조상단지를 ‘시준단지’, ‘시준할매단지’라고 하며, 쌀을 넣은 단지를 신체로 삼아 성주와 조왕 다음가는 신으로 섬긴다. 시준단지를 모시는 연유는 가정마다 다른데, 어떤 가정에서는 비명횡사하였거나 살아생전에 한이 많았거나 제사를 받지 못한 조상의 혼을 섬기기도 하며, 어떤 가정에서는 집안을 위하여 헌신한 조상 혼을 섬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증조할머니를 시준할매로 모시는 연유는 시증조할머니가 오랫동안 아들을 낳지 못하다가 종남산의 돌부처에 치성을 드린 후에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대가 끊기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겨 시증조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시준단지에 모시게 되었던 것이다.
시준단지는 흰 항아리이며 안방의 장롱 뒤에 모셔 둔다. 시준단지에 대한 제의는 단지 안에 있는 쌀을 갈아 넣을 때나 쌀을 갈아 넣고 나서 기일을 택하여 따로 행한다. 시준단지 안의 쌀은 음력 10월 손 없는 길일을 택하여 갈아 주는데 이를 “시준할매 쌀 갈아 넣는다.”라고 한다. 그런데 쌀을 갈아 주는 날 마을에 초상이나 출산이 있으면 행하지 않고 다음 달로 미루어 새로 날을 잡아 행한다. 시준단지에 쌀을 갈아 넣을 때에는 새벽에 목욕재계를 한 뒤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깨끗한 물로 제물을 준비한다. 정화수를 그릇에 담아 시준단지 앞에 차려 놓고 나서 시준단지의 묵은쌀은 꺼내고 햅쌀로 교체한다. 햅쌀은 항아리 가득 담으며 한지로 위를 덮고 뚜껑으로 봉한다. 제물로 정화수 외에 달리 올리는 것은 없으며, 시준단지를 봉안한 후에는 자손 번창과 소원 성취,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비손을 하고 나서, 식구 수대로 소지를 올린다. 시준단지에서 낸 묵은쌀로는 밥을 지어 식구들만 음복한다.
시준단지에 쌀을 갈아 넣은 후에는 길일을 택하여 시준단지를 비롯한 집안 가신들에게 고사를 지낸다. 이때 마련한 제물은 떡[백설기]·밥·탕·나물·과일·밤·대추·곶감·산적·생선·술 등으로 기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물은 먼저 부엌의 조왕에게 차린다. 제물을 차리는 방법은 솥밥의 가운데에 열십자[十]를 그리고 그 둘레를 따라 여러 개의 숟가락을 꽂고 나서, 준비한 제물을 기제사와 동일하게 차린다. 다음으로 마루에 성주상을 차리고, 시준단지 앞에 시준상을 차린다. 시준상을 차릴 때에는 기제사를 모시는 조상의 수대로 메를 올린다. 제물을 차리고 나서 기제사와 동일하게 절을 두 번 또는 네 번 올리고 비손한다. 이때 소지는 올리지 않는다. 제의를 마치면 제주(祭酒)를 집 안 곳곳에 뿌리고 마지막으로 대문 밖에 뿌린다.
[성주단지]
밀양에서는 남성신격이자 가택의 수호신인 성주는 가신 중 최고의 신으로 여겨진다. 무안면 고라리 중촌마을에서는 성주를 제왕이라고 칭하는데, 신체는 쌀을 넣은 단지이고 ‘성주단지’ 또는 ‘제왕단지’라 하며, 주로 안방의 장롱 위에 봉안한다. 성주단지를 모시는 이유는 가정의 복을 기원하려는 것이다. 성주단지를 베푸는 제의는 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성주단지 안의 쌀을 교체할 때 간단히 제의를 베푸는 식이다. 이 경우, 성주단지 안 쌀의 교체는 매해 10월 초순 무렵에 길한 날을 택하여 아침에 행하는데, 먼저 목욕재계를 하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단지를 내려 묵은쌀은 깨끗한 그릇에 담고 햅쌀을 놓은 뒤 한지를 덮고 무명실로 봉한다. 성주단지 안의 쌀을 교체할 때는 별다른 제물은 없고, 다시 봉안할 때 정화수나 술을 올리며 세 번 절한 후 비손한다. 이때 소지는 올리지 않는다. 성주단지 안의 쌀로는 밥을 지어 집안 식구끼리만 음복한다.
둘째, 성주단지에 쌀을 교체할 시기는 달리 정해진 바가 없고, 집안 사정을 보아 임의적으로 정하는 식이다. 이 경우, 쌀을 갈아 줄 때 성주단지에 술 한 잔을 올려 쌀 교체를 고한 뒤 행한다. 성주단지 안의 묵은쌀은 깨끗한 종이나 그릇에 담고, 햅쌀을 단지 가득 넣은 다음에 한지를 덮어 실로 단지 테두리를 묶고 단지 뚜껑을 덮어 봉하고 나서 원래 봉안하였던 장롱 위에 다시 봉안한다. 성주단지를 다시 봉안한 후에는 절을 한 번 하며 마음속으로 안과태평과 복록을 기원한다. 이때 성주단지에 쌀이 깨끗하면 집안이 편안하고 쌀에 벌레가 생기거나 좀이 생기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고 믿었다. 단지 묵은쌀로 밥을 지어 음복하는 데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셋째, 성주단지 안의 쌀은 나락의 첫 수확물 중 일부를 따로 보관하여 두었다가 성주단지에 봉안한다. 성주단지에 봉안하는 나락을 ‘성주섬’이라 칭하였는데, 성주섬은 흰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담아 부엌의 상기둥에 매달아 놓는다. 주머니의 크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쌀 한 되 정도를 담을 수 있는 크기이다. 성주단지에 쌀을 봉안할 때는 성주섬을 꺼내어 집안 어른이 쌀을 찧은 후 봉안한다.
[조왕]
밀양에서 조왕은 부엌의 아궁이와 부뚜막, 그리고 가마솥을 관장하는 신이며,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의 평안을 도모하는 신이다. 신격은 불을 관장하는 화신(火神)이다. 삼랑진읍 율동리 무곡마을에서는 조왕의 신체는 따로 없고 가마솥을 조왕의 신체로 여기는데, 시준 다음가는 신으로 신앙하여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조왕제를 지낸다. 제물은 밥을 솥째 올리는데, 한가운데에는 조왕의 숟가락을 꽂고 그 둘레로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꽂아 놓는다. 나물, 정화수도 함께 올리며, 부뚜막[지금은 싱크대] 위에 차린 다음, 안과태평과 가문 번창을 기원하는 이령수[신에게 비손할 때 말로 고하는 것.]를 외며 비손한다. 예전에 농사를 지을 때는 제물을 차린 후에 곧바로 제를 지내지 않고 마당으로 나가 “우리 전답에 새 오지 마라!”라고 외치며 새를 쫓았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해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다. 조왕제를 마치면 차려 두었던 제물을 다시 담아내어 성주상을 차려 대청마루에 놓는다. 또 어떤 집에는 가마솥에 밥을 하였을 때 한 그릇을 먼저 떠서 가마솥 옆에 두는 것으로 제의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 밖의 가신들]
밀양 지역에서 모시는 가신신앙의 대상으로는 칠성도 있다. 칠성은 가족의 수명 장수와 가정의 안과태평을 기원하고자 모신다. 무안면 고라리 중촌마을에서는 안방에 칠성제단을 만들어 시준단지와 함께 봉안하고 있다. 칠성단에는 쌀, 향로, 촛대 세 개, 정화수 세 그릇, 오색 과자 등을 차리며, 제단 옆 벽면에는 남녀 각 한 벌씩의 한복을 걸고 있다. 칠성단에 차려 둔 쌀은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새로 갈아 놓으며, 정화수는 매일 아침 새로 간다. 칠성단에 차려 둔 쌀로는 밥을 지어 가족끼리만 음복하며, 정화수는 깨끗한 곳에 버린다. 칠성에 대한 제의는 제물을 교체할 때 간단히 비손하는 것이 전부이며, 명절에 차례를 지낼 때에는 먼저 칠성단에 제물을 차리고 제를 베푼 뒤 차례를 지내며,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였을 경우나 이웃의 잔치 음식이 들어오면 먼저 제단 앞에 바친 뒤 먹는다.
또한 밀양 지역에서 삼신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잉태·출산·양육을 관장하는 신을 가리킨다. 삼신은 삼신단지를 신체로 하여 항상 모시는 ‘앉은 삼신’과 출산할 때 임시로 모시는 ‘뜬 삼신’이 있다. 무안면 고라리 중촌마을에서는 뜬 삼신을 모신다.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면, 산모가 거처하는 방에 삼시랑판[삼신상]을 차린다. 삼시랑판은 손 없는 방향에 차리는데, 예전에는 깨끗한 짚을 깔고 차렸으나 근래에는 작은 상으로 대신한다. 삼시랑판에 올리는 제물은 가정마다 달라 명주실·정화수, 쌀·정화수·미역 등을 올린다. 또 삼시랑판에 올려 두었던 쌀과 미역으로 밥과 국을 장만하여 산모에게 먹인다. 삼시랑편을 차려 놓는 시기는 가정마다 다르며, 3일 후, 한치레[한이레] 때, 보름 후, 세치레[세이레] 때 상을 물린다. 삼신을 모시는 동안에는 아이와 산모에게 이상이 생기면 삼신이 부정 탄 것으로 여기고 삼시랑판에 정화수를 새로 갈아 얹고 나서 비손하면 낫는다고 한다. 삼신을 모실 때에는 부정을 막고자 금기를 행하는데, 초상이나 출산이 있는 집에 가서는 안 되며, 가축이 새끼를 낳는 곳에 가서도 안 된다. 또한 부엌이나 화장실, 담장에 손을 대어서도 안 되고, 집에서 가축을 살생하여서도 안 되며, 남의 혼사나 제사에 가서도 안 된다.
그 밖에는 상남면 연금리 이연마을에서 터주 신앙을 볼 수 있는데, 시월상달 고사 후에 토지신을 위하여 술을 마당에 뿌린다. 이연마을에는 변소에 관한 측신 신앙도 있는데, 섣달그믐에 변소에 불을 켜 놓으면 집에서 기르는 개가 잘 자란다고 한다. 예전에는 호롱불을 켰으나 지금은 전등불을 켜 둔다. 남이 입던 옷이나 물건을 집 안으로 들일 때에는 변소에 잠시 두었다가 쓰면 행여 묻어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부정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밀양 가신신앙의 특징]
밀양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신신앙의 특징으로는 먼저, 지역에 따라 가신들의 서열 체계가 다양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서열은 ① 성주→조왕→시준, ② 조왕→시준→성주, ③ 시준→성주→조왕 등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것은 ①과 ②이다. 둘째, 성주의 신체는 쌀을 담은 단지이며, 성주단지 혹은 제왕단지라 칭하는 것이다. 특히 성주단지의 봉안 장소가 안방의 장롱 위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시준단지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성주단지를 안방의 장롱 위에 함께 봉안하기도 한다. 셋째, 삼신을 주로 ‘삼시랑’이라 칭하며, 삼신판을 ‘삼시랑판’이라 지칭하는 점도 특징인데, 삼시랑은 지역적 별칭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