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서울특별시 동작구 지역인 노량진 부근과 장승배기 일대를 정비한 조선 후기 왕.

[개설]

정조(正祖)[1752~1800]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과 붕당의 심화 속에 어렵게 왕위에 올라 정치, 경제, 역사, 군사,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개혁을 추진하고 탕평정책을 통해 대통합을 추진하려 했던 국왕이다. 동작구에는 정조가 남긴 행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 화산에 행차하기 위해 오늘날 노량진 지역인 노들나루를 주로 이용하였는데, 도강을 위해 노들나루에 배다리[舟橋]를 설치하고, 그 인근에 용양봉저정과 월파정 등 쉬어갈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게 했다. 인적이 드문 구릉이었던 장승배기도 정조의 능행을 위해 도로가 정비되었다.

[가계]

정조의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형운(亨運), 호는 홍재(弘齋)이다. 영조(英祖)의 손자이며 장헌세자(莊獻世子)[사도세자]와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의 장남이다. 비(妃)는 청풍 김씨(淸風金氏)로 공조판서를 지낸 김시묵(金時默)의 딸 효의왕후(孝懿王后)이다.

[활동 사항]

1789년(정조 13)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경기도 양주 배봉산[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수원 화산으로 옮긴 뒤, 이 현륭원(顯隆園) 참배를 위해 수시로 노량진 지역을 건너 행차하였다. 능행(陵行) 초기에는 배를 타고 도강하였으나 1790년(정조 14)부터 노들섬을 가로질러 배들을 이은 다리인 주교(舟橋)를 가설하였다. 이를 위해 정조는 주교를 관리하는 주교사(舟橋司)를 설립하고 주교 놓는 방법을 정리한 『주교지남(舟橋指南)』과 『주교사절목(舟橋司節目)』을 편찬하기도 하였다.

노들나루에서 주교로 한강을 건넌 뒤에는 노들나루 남쪽 기슭에서 잠시 머물러 점심을 먹고 쉬어가기 위해 현재 동작구 동작동 지역에 위치한 이양원(李陽元)의 고택을 사들여 용양봉저정(龍驤鳳翥亭)[용봉정]으로 개축하였다.

한편 정조가 현륭원 행차를 위해 지나는 길목 가운데 현재 동작구 장승배기 지역과 관련한 설화가 있다. 장승배기 지역은 당시만 해도 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인적조차 드문 곳이었는데, 정조의 명에 의해 도로가 정비되고 한 쌍의 장승이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그 명칭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조의 명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장승은 1930년대 일제가 미신을 타파한다며 없애버렸으나 1991년 10월 24일 노량진2동 주민들에 의해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동작구 노량진과 장승배기 일대에는 정조의 능행과 관련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저술 및 작품]

정조의 어제문집(御製文集)으로 『홍재전서(弘齋全書)』 184권 100책이 있다. 1787년(정조 11) 규장각에서 초간본을 편집하여 헌상하였고 1814년(순조 14) 활자로 간행되었다.

[묘소]

1800년(정조 24) 사망하여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顯隆園)[융릉]의 동쪽 두 번째 언덕에 안장되었다가 효의왕후가 승하한 1821년(순조 21) 위치를 약간 바꾸어 효의왕후와 함께 합장되었다. 건릉(健陵)이라 불리며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隆陵)과 합쳐 융건릉(隆健陵)이란 명칭으로 사적 제206호에 등록되었다.

[상훈과 추모]

대한제국 선포 후 1899년(광무 3) ‘선황제(宣皇帝)’로 추존되었다.